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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복지뉴스

    노인복지뉴스

    &효도 점심& 드시는 노인들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한재협 작성일08-07-01 00:00 조회14,543회 댓글0건

    본문

    &효도 점심& 드시는 노인들


    탑골공원내 원각사, 190여명에 매일 무료 급식

    요즘 경제사정 나빠져… &굶는 노인들& 많아

    "한 끼에 1500원"… 옛날 가격 받는 식당도

    낮 기온이 28도까지 올라간 30일 낮 12시 무렵.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의 야트막한 돌담을 따라 200여명의 노인들이 한 줄로 늘어서 있었다. 골목 안쪽에 있는 절 &원각사&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점심 급식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연방 손부채질을 하는 노인들의 다른 손엔 녹색 종이쪽지가 들려 있었다. 서로 먼저 급식을 받기 위해 다투는 일이 생길까봐 원각사에서 미리 나눠준 번호표다.

    "여기 그릇 더 가져와요. 어르신들이 많아서 자리를 더 만들어야겠어요."

    건물 2층에 위치한 원각사. 한가운데 불상이 놓인 약 53㎡(약 16평) 남짓한 방이 법당이자, 공양간이었다. 자원봉사자로 나선 아주머니 3명이 비빔밥과 오이냉국을 퍼주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방 안엔 50여명의 노인들이 들어차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날 여기서 점심을 먹은 노인은 모두 192명. 혼자 묵묵히 수저를 뜨던 김모(72·서울 금천구) 할아버지는 "보통 1시간 이상 기다려야 겨우 밥을 먹을 수 있다"며 "요즘은 주머니 사정도 어렵고 반겨주는 곳도 없어서 일주일에 두세 번은 여기서 끼니를 해결한다"고 말했다.

    ◆끼니 걱정에 한숨 짓는 노인들

    서울 한복판에서 연일 벌어지는 &촛불시위&에 언론매체의 관심이 쏠려 있는 동안, 시위 현장 인근 공원에 모이는 노인들은 하루 한 끼 때우는 데 모든 걸 걸고 있다. 하루 평균 2000여명 선이던 탑골공원의 노인 방문객들은 최근 3000명 이상으로 늘었다. 임익채 탑골공원 관리사무소장은 "경제가 어려워서인지 잘 모르겠지만 갈 곳 없는 노인들이 더 많아진 것 같다"고 했다.

    구로동에 사는 박모(75) 할아버지는 오전 8시 집을 나선 뒤 공짜 지하철을 타고 이곳에 와 무료급식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우리 같은 늙은이들이 뭐 맛을 아나? 그저 뱃속에 곡기만 들어가면 되는 거지."

    함께 사는 아들이 지난해까진 매달 20만원씩 용돈을 줬지만, 경기가 나빠진 올해 들어선 한 달에 한두 번 손에 2만~3만원 쥐여주는 게 전부라고 한다. 할아버지는 "아들 사정 빤히 아는 처지라 그 돈도 &손주들 책값에 보태라&며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서울 거여동에 사는 이모(70) 할아버지는 이날 공원 나무그늘 아래서 옥수수빵과 음료수로 점심을 대신하고 있었다. 1250원어치다. "밀가루 값도 오르고 기름 값도 올랐잖아요. 식당 가려면 4000원은 드는데, 그렇게 &거금&을 내고 가도 제대로 대접도 못 받는 걸 뭘…."

    서울 성북동에서 왔다는 이모(73) 할아버지는 벤치에 무료신문을 깔고 앉아 있었다. 할아버지는 "물가가 올라 난리인데, 옷 더러워지면 빠는 것도 다 돈 들어가는 일"이라며 "옷 안 더럽히려고 항상 조심한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점심을 굶었다고 했다.

    "아, 무료급식은 집에서 밥 한 끼도 제대로 못 먹는 노인네들을 위한 거잖소? 난 그래도 형편이 나은 편인데, 나까지 급식을 받아 먹어서 정말 배고픈 늙은이 한 명이 굶으면 안 되지."

    할아버지는 "전에는 각종 단체에서 나와 노인들한테 무료 식사 대접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그런 게 다 없어진 걸 보면 정말 경제가 나빠지기는 한 것 같다"고 했다.

    ◆18년 전 가격 그대로

    무료 급식을 기다리는 노인들 앞으로는 식당 골목이 보인다. &1000원짜리 두 장의 여유&만 있으면 긴 줄을 설 필요가 없다. 이 골목 20여 개 식당의 고객도 공원을 찾는 노인들이다. 선지해장국 2000원, 순두부찌개 2000원, 비빔냉면 2000원, 순댓국 2000원…. 식당들의 대표 메뉴가 대부분 1500~2500원 선이다. 한 그릇에 1000원짜리 콩국수도 있었고, 자판기 커피 한잔은 100원이었다.

    &소문난집 추어탕&은 점심시간 내내 노인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가게 안에 자리가 모자라 길가에 간이테이블과 의자까지 내놓고 손님을 맞았다. 식사를 마친 뒤엔 꼬깃꼬깃한 1000원짜리 두 장을 내민 할아버지는 500원을 거슬러 받았다. 간판은 추어탕집이지만 메뉴는 &우거지얼큰탕& 한 가지뿐이다. 한 그릇에 1500원.

    주인 권영희(62)씨는 "식자재 물가가 많이 올라서 가격을 올려야 하지만, 나마저 밥값을 올려버리면 식사 한 끼 제때 해결 못할 노인들이 많아진다"며 "경제가 안정되고 다들 좀 살 만해지면 그때 올릴 계획"이라고 했다.

    2000원짜리 콩비지찌개를 파는 한 식당 주인은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 "15년째 같은 값을 받고 있어요. 어르신들 생각해서 못 올리고 있는데 그나마 손님이 줄고 있어요. 2000원도 비싸다고 생각해서 가게 입구에서 발을 돌리는 어르신들을 보면 가슴이 먹먹해 집니다."

    <조선일보 2008-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