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수발보장제 현장을 가다]요람에서 황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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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2월 14일(화) 3:05 [동아일보]
[노인수발보장제 현장을 가다]요람에서 황혼까지
[동아일보]
오스트리아 수도 빈의 쿠펠바이저가세 42번지에서 사는 에바 디미츠(78·여) 씨는 지난해 여름 계단에서 넘어지는 바람에 다리 골절상을 입어 휠체어 신세를 져야 하는 처지가 됐다. 디미츠 씨는 동사무소에 수발이 필요하다는 신청을 했으며 의사의 방문 진단을 거쳐 전체 7등급 중 4등급에 해당한다는 판정을 받았다.
현재 디미츠 씨가 연방사회보장부에서 받고 있는 수발비용은 월 632유로(약 73만9000원). 그는 이 돈으로 수발전문회사가 파견한 도우미에게서 하루 6시간의 수발을 받고 있다. 도우미는 매끼 식사 준비와 시장 보기 청소 등을 해 준다.
디미츠 씨는 아울러 집안 구조를 장애인에게 맞도록 개조하는 공사비로 1만2000유로(약 1400만 원)를 받았다.
세무공무원으로 근무하다 60세에 은퇴한 디미츠 씨가 받고 있는 연금은 월 1200유로(약 140만 원). 여기에다 남편이 사망한 이후 매월 정부에서 주는 연금 600유로(남편의 수입에 따라 액수가 다름)를 합쳐 월 1800유로(약 210만 원)의 연금을 받고 있다.
오스트리아에서 65세 이상 노인 중 이 같은 장기요양급여를 받는 사람은 18.4%(2000년 기준)다. 이 중 20%는 시설에 입소해 있고, 나머지 80%는 디미츠 씨처럼 재가 서비스를 받고 있다.
독일 뮌헨 시 로렌츠 하겐 웨그 10번지 성 미하엘 양로원에 사는 플라우 헤스 헬렌(88·여) 씨는 아직 몸이 불편하지는 않지만 1년 반 전 입소했다. 모두 171명이 거주하고 있는 이 시설의 한 달 생활비는 건강한 노인 기준으로 1023유로(약 119만 원). 연금 수령액이 이보다 못 미칠 경우 시설 측에서 시 사회복지과에 부족분 지원 요청을 하게 된다.
이 경우 시에서는 아들 딸 사위 등 부양가족의 수입과 재산 정도를 철저히 조사한다. 그래서 자식들에게 할당액을 매겨 최대한의 액수를 받아내고 그래도 모자라면 시에서 나머지를 대 준다.
그것은 오스트리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유료양로원과 무료양로원이 공존하는 형태로 동일한 시설에서 똑같은 서비스를 받으면서 능력 있는 사람은 자신이 전액 부담하고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부족분만큼 국가와 지방자치체가 지원하는 것이다.
이들 양로원의 외형은 국내의 도시형 시니어타운과 유사하다. 각자가 소형 아파트에서 독립적으로 거주하며 식사와 오락 건강 헬스 사우나 등의 시설은 공동으로 이용한다.
이 시설의 원장 바이스 호이플 씨는 “현재 수용된 노인 중 뮌헨 시의 지원을 받는 사람은 40% 정도”라고 소개했다.
이 시설 노인 중 절대 다수인 140명은 수발이 필요하다. 이들에 대해서는 수발 등급에 따라 월 384유로(약 44만 원·1등급)∼1432유로(약 167만 원·3등급)가 별도로 수발보험에서 지원된다.
독일의 경우 수발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은 최소 5년 이상 가입한 65세 이상 노인으로 제한돼 있다. 수발 대상자 중 3분의 1 정도인 65만 명이 전국의 9000여 개 시설에 입소해 있으며 나머지는 자신의 집에서 수발서비스를 받고 있다.
1993년 시작된 오스트리아 수발제도의 특징은 재원이 100% 조세로 충당된다는 점. 반면 1995년 시작된 독일의 수발보험의 재원은 100% 보험 형태이며 가입자들은 소득의 1.7%를 근로자와 고용주가 각각 절반씩(자영업자는 본인이 1.7%) 낸다.
오스트리아의 경우 사회복지예산이 전체 예산의 30% 선을 차지한다. 한 가정의 수입 중 3분의 1은 월급이 아니라 각종 사회복지 지원금에서 나온다. 실업수당, 건강보험 지원금, 양육 보조금, 가족보조금, 수발비용 등이 그것이다.
이렇다 보니 각종 보험금과 세금도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어 근로자들은 월급의 40% 정도를 각종 법정보험금과 세금으로 원천징수당한다. 이는 독일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근로자의 실수령액은 월급 총액의 57% 수준이다.
빈·뮌헨=정동우 사회복지전문기자 forum@donga.com
▼“정부지원 예전만 못해… 재정악화 고민”▼
“제대로 된 민주국가인지 여부는 그 나라가 노약자와 장애인 등 소수자들을 어떻게 대우하는지에 따라 판가름 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시 스트루베르그 가에 있는 로델하임 정신장애인 재활시설의 원장 하르트 무트 몰링 씨의 말이다.
이 재활원의 수용 인원은 모두 60명. 대다수가 정신병원에 오래 입원해 있던 환자들로 일상에 적응할 수 있도록 일반 가정과 유사한 환경에서 재활훈련을 받고 있었다. 인쇄와 상업미술 등을 배우고 있는 이들은 이르면 수년 만에 퇴원하는 일도 있지만 끝내 자활에 성공하지 못해 평생 동안 이 시설에서 살고 있는 사람도 25%나 된다.
이들 중 본인이 장기 입원비용을 낼 수 있는 사람은 드물어 대다수가 프랑크푸르트 시의 지원을 받고 있다.
몰링 씨는 “독일에서도 재정 악화로 기존의 복지 수준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있고 실제로 정부의 지출이 예전에 비해 줄었지만 장애인들이 보호받을 권리를 무시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사회복지관협회는 서울시내 98개 복지관에서 사회복지사 20명을 선발해 1일부터 10일까지 독일 오스트리아의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현지 연수를 가졌다.
한국암웨이가 후원한 이 연수에서 참가자들은 기대 이상으로 배울 것이 많았으며 업무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정동우 사회복지전문기자 forum@donga.com
[노인수발보장제 현장을 가다]요람에서 황혼까지
[동아일보]
오스트리아 수도 빈의 쿠펠바이저가세 42번지에서 사는 에바 디미츠(78·여) 씨는 지난해 여름 계단에서 넘어지는 바람에 다리 골절상을 입어 휠체어 신세를 져야 하는 처지가 됐다. 디미츠 씨는 동사무소에 수발이 필요하다는 신청을 했으며 의사의 방문 진단을 거쳐 전체 7등급 중 4등급에 해당한다는 판정을 받았다.
현재 디미츠 씨가 연방사회보장부에서 받고 있는 수발비용은 월 632유로(약 73만9000원). 그는 이 돈으로 수발전문회사가 파견한 도우미에게서 하루 6시간의 수발을 받고 있다. 도우미는 매끼 식사 준비와 시장 보기 청소 등을 해 준다.
디미츠 씨는 아울러 집안 구조를 장애인에게 맞도록 개조하는 공사비로 1만2000유로(약 1400만 원)를 받았다.
세무공무원으로 근무하다 60세에 은퇴한 디미츠 씨가 받고 있는 연금은 월 1200유로(약 140만 원). 여기에다 남편이 사망한 이후 매월 정부에서 주는 연금 600유로(남편의 수입에 따라 액수가 다름)를 합쳐 월 1800유로(약 210만 원)의 연금을 받고 있다.
오스트리아에서 65세 이상 노인 중 이 같은 장기요양급여를 받는 사람은 18.4%(2000년 기준)다. 이 중 20%는 시설에 입소해 있고, 나머지 80%는 디미츠 씨처럼 재가 서비스를 받고 있다.
독일 뮌헨 시 로렌츠 하겐 웨그 10번지 성 미하엘 양로원에 사는 플라우 헤스 헬렌(88·여) 씨는 아직 몸이 불편하지는 않지만 1년 반 전 입소했다. 모두 171명이 거주하고 있는 이 시설의 한 달 생활비는 건강한 노인 기준으로 1023유로(약 119만 원). 연금 수령액이 이보다 못 미칠 경우 시설 측에서 시 사회복지과에 부족분 지원 요청을 하게 된다.
이 경우 시에서는 아들 딸 사위 등 부양가족의 수입과 재산 정도를 철저히 조사한다. 그래서 자식들에게 할당액을 매겨 최대한의 액수를 받아내고 그래도 모자라면 시에서 나머지를 대 준다.
그것은 오스트리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유료양로원과 무료양로원이 공존하는 형태로 동일한 시설에서 똑같은 서비스를 받으면서 능력 있는 사람은 자신이 전액 부담하고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부족분만큼 국가와 지방자치체가 지원하는 것이다.
이들 양로원의 외형은 국내의 도시형 시니어타운과 유사하다. 각자가 소형 아파트에서 독립적으로 거주하며 식사와 오락 건강 헬스 사우나 등의 시설은 공동으로 이용한다.
이 시설의 원장 바이스 호이플 씨는 “현재 수용된 노인 중 뮌헨 시의 지원을 받는 사람은 40% 정도”라고 소개했다.
이 시설 노인 중 절대 다수인 140명은 수발이 필요하다. 이들에 대해서는 수발 등급에 따라 월 384유로(약 44만 원·1등급)∼1432유로(약 167만 원·3등급)가 별도로 수발보험에서 지원된다.
독일의 경우 수발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은 최소 5년 이상 가입한 65세 이상 노인으로 제한돼 있다. 수발 대상자 중 3분의 1 정도인 65만 명이 전국의 9000여 개 시설에 입소해 있으며 나머지는 자신의 집에서 수발서비스를 받고 있다.
1993년 시작된 오스트리아 수발제도의 특징은 재원이 100% 조세로 충당된다는 점. 반면 1995년 시작된 독일의 수발보험의 재원은 100% 보험 형태이며 가입자들은 소득의 1.7%를 근로자와 고용주가 각각 절반씩(자영업자는 본인이 1.7%) 낸다.
오스트리아의 경우 사회복지예산이 전체 예산의 30% 선을 차지한다. 한 가정의 수입 중 3분의 1은 월급이 아니라 각종 사회복지 지원금에서 나온다. 실업수당, 건강보험 지원금, 양육 보조금, 가족보조금, 수발비용 등이 그것이다.
이렇다 보니 각종 보험금과 세금도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어 근로자들은 월급의 40% 정도를 각종 법정보험금과 세금으로 원천징수당한다. 이는 독일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근로자의 실수령액은 월급 총액의 57% 수준이다.
빈·뮌헨=정동우 사회복지전문기자 forum@donga.com
▼“정부지원 예전만 못해… 재정악화 고민”▼
“제대로 된 민주국가인지 여부는 그 나라가 노약자와 장애인 등 소수자들을 어떻게 대우하는지에 따라 판가름 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시 스트루베르그 가에 있는 로델하임 정신장애인 재활시설의 원장 하르트 무트 몰링 씨의 말이다.
이 재활원의 수용 인원은 모두 60명. 대다수가 정신병원에 오래 입원해 있던 환자들로 일상에 적응할 수 있도록 일반 가정과 유사한 환경에서 재활훈련을 받고 있었다. 인쇄와 상업미술 등을 배우고 있는 이들은 이르면 수년 만에 퇴원하는 일도 있지만 끝내 자활에 성공하지 못해 평생 동안 이 시설에서 살고 있는 사람도 25%나 된다.
이들 중 본인이 장기 입원비용을 낼 수 있는 사람은 드물어 대다수가 프랑크푸르트 시의 지원을 받고 있다.
몰링 씨는 “독일에서도 재정 악화로 기존의 복지 수준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있고 실제로 정부의 지출이 예전에 비해 줄었지만 장애인들이 보호받을 권리를 무시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사회복지관협회는 서울시내 98개 복지관에서 사회복지사 20명을 선발해 1일부터 10일까지 독일 오스트리아의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현지 연수를 가졌다.
한국암웨이가 후원한 이 연수에서 참가자들은 기대 이상으로 배울 것이 많았으며 업무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정동우 사회복지전문기자 for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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