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사회] (上) 고독한 노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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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죽으면 장례 치러주나" 상조업체에 문의 부쩍
"자식에 짐 되기 싫어… " 20억 재산 할머니도, 쪽방 할아버지도 독거
#1. 서울 A경찰서 B경위는 여름 휴가철이 다가올수록 불안하다. 지난해 7~8월의 아픈 기억 때문이다. B경위에 따르면 휴가철에는 부모와 연락이 끊겨도 자녀들이 크게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인지, 지난해 여름에만 노인 고독사(孤獨死)를 3건이나 처리했다. A경사는 "평생 힘들게 살다가 외롭게 죽음을 맞이한 분들을 보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올해에는 그런 분들을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 최근 남편과 사별한 C할머니는 &우리가 모시겠다&는 3자녀의 요구를 뿌리치고 혼자 살고 있다. 보유 재산이 20억원이 넘어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있는 C할머니는 "며느리가 잘못하는 건 아니지만, 서로 불편하게 함께 살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같이 살지 않는 만큼, 생전에 재산을 분배해 줄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고독의 끝자락에 저소득층 독거 노인의 죽음이 서있다. 죽음의 절벽에 선 그들에게 &가족&이라는 끈은 끊어진 지 이미 오래. 강병만 &한국 노인의 전화& 사무국장은 "최근 3~4년간 1960년대와 70년대 한국 산업화의 주역이었던 1930년대 출생자의 사망이 늘면서 임종하는 가족 없이 숨진 뒤, 며칠이 지나서야 발견되는 노인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국장에 따르면 노인 고독사는 최근 갑자기 늘어나기 시작해 아직 정확한 통계조차 없지만, 전년 대비 매월 30~40%씩 늘어나고 있다. 그는 "30년대 출생자들은 &마지막으로 부모를 모시고 살다, 최초로 자식에게 버림받는 세대&라는 말이 있었는데, 최근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고 전했다.
&나도 혼자 죽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지 스스로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 상조(相助)업체 K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30~40대가 대부분이었으나, 3~4년 전부터 노인들의 가입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하루 평균 200여명이 가입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40명 가량은 노인이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노인 가입자는 &입회비로 250만원 정도 내면 내가 죽어도 업체에서 알아서 장례식장 예약, 부고 알리기, 손님 접대, 발인, 사망신고 등을 모두 해주느냐&고 꼼꼼히 묻는다"고 말했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은 다르지만 &자식 농사&를 잘 지은 중산층 이상 노인들도 혼자 사는 쪽을 선택하고 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사는 김모(73ㆍ여)씨는 "자녀에게 미리 재산을 나눠준 뒤 홀대 받고 사는 어떤 노인의 딱한 소문이 분당 지역에서 크게 퍼졌다"며 "차라리 자식과 떨어져 혼자 살겠다는 게 요즘 노인들의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런 경향은 객관적인 설문 조사로도 확인된다. 한국은퇴자협회에 따르면 최근 60대 이상 노인 1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0%가 &자녀 부양에 대해 기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경제적으로 문제가 생기면 자녀에게 기대지 않고 혼자서 해결하겠다&는 비율도 74%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자녀들이 포기한 효도만큼을 국가가 대신해주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효도라는 규범이 사람들의 행동에 많은 영향을 끼쳤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부양의 책임감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면서 "고령화가 급진전되고 있는 만큼 노인들이 기초적 의식주만이라도 해결할 수 있도록 사회적 부양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2008-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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